방과 후 만난 100%의 여자아이 : Weeekly(위클리) ‘After School’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유리알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한 블라우스 깃과 발목에 맞춰 단정하게 두 번 접은 새하얀 양말, 비바람이 몰아쳐도 단 한 올도 흐트러지지 않는 긴 생머리. 강산이 몇 번을 바뀌어도 절대 바뀌지 않는 10대 여자아이의 프로토타입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갔다. 있지도 않았던 첫사랑을 떠올리며 아련한...
View Article연하게 둥글게 기억되기를
내 기억에만 남은 매점 바닥의 무지개. 오늘도 이렇게 연하게 둥글게 기억되기를내가 그랬다고? 에이 설마. 진짜? 대화 중에 이런 반응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내가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너무 낯선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는 나의 것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다. 진짜 진심이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억울하다. 싶은데, 가만 생각하면 잘 모르겠다. 어떤 일은 무서울...
View Article도망치지 않는 주인공, 에이핑크 정은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공연 사진_쇼노트 제공“나쁘지 않아!”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에서 정은지가 맡은 주인공 나타샤는 자신을 유혹한 유부남 아나톨에 대해 피에르가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화를 낸다. 아주 똑똑하거나 지혜롭지는 않지만 밝고 명랑한 어린 여성 나타샤는 전쟁터에 나간 약혼자 안드레이를 기다리다가 순진한 그의 마음을 이용한...
View Article[윤가은의 나만 좋아할 수도 있지만] 그런 취향 Part 1
드라마 <펜트하우스> 포스터“진짜요? 그런 취향은 전혀 아닐 것 같았는데?!”최근에 재미있게 본 작품이 뭐냐는 질문에 솔직히 답하면 종종 저런 말을 듣는다. 내 영화를 만들고부터는 더 자주 듣는다. 내 대답을 듣고 다음 말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반응이 그저 예상 밖의 놀라움인지 알 수 없는 실망감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러면...
View ArticleSNS를 끊어 보았다
언스플래쉬술김에 트위터 앱을 지웠다. 기왕 지운 김에 옆에 있던 인스타그램 앱도 지웠다. 이미 페이스북 앱을 지웠던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SNS는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별다른 생각 없이도 회사와 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손가락은 핸드폰에서 SNS 앱을 찾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핸드폰을 키고, 앱을 실행하고, 무엇이...
View Article너와 나의 성장소설 : 데이식스(DAY6)의 울퉁불퉁한 청춘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시대를 넘어 꾸준히 사랑받는 이야기 장르 가운데 ‘성장물’이 있다. 소설로 말하면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고, 영화라면 연령대에 따라 <스탠바이 미>나 <키즈 리턴>, <고양이를 부탁해>처럼 다양한 작품이 쏟아질 것이다. 그렇게 소설이나 영화로 먼저 쉽게 접하게...
View Article가볍게 가볍게
언스플래쉬인스타그램에서 낯선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어떤 프로필을 보고 눈이 멈췄다. 할..모니? Harmonie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아주 멋진 한국계 미국인 여성의 계정이었다. 내가 모르는 무슨 단어인가 생각하다가 그게 할머니를 뜻한다는 걸 안 순간 아주 즐거웠다. 할머니는 무겁고 진득한 느낌이 드는 단어인 데 비해 harmonie는 새처럼 가볍게...
View Article하니도 몰랐던 하니, EXID 안희연
리틀빅픽쳐스 제공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걸그룹 EXID의 멤버인 하니가 이전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난 뒤에 오롯이 혼자서 출연을 결정한 작품이다. "할게요, 제가 할게요."사회가 정해준 선로 위에서 일탈을 결심한 청소년들의 어지러운 세상. 그 세상에 대한 분노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이 영화 속에서, 주영(안희연)은 세진(이유미)의 얼굴에 돌을...
View Article[윤가은의 나만 좋아할 수도 있지만] 몰라도 용감하게 말하기
<더 파더(The father)>와 <대부(The godfather)>의 포스터글자도 한끝 차이인데, 닮기도 묘하게 닮은 파더들 며칠 전,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다가 매표소 직원분께 직접 발권을 하게 됐다. 그런데 제목을 수차례 말해도 그런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돌아와 크게 당황했다. 나름 기다리던 영화라 꼼꼼히 알아보고...
View Article다음해에도 기억할게
영화 <당신의 사월> 공식 포스터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어디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막연히 무거운 마음으로 4월 16일을 보내던 내게,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다큐멘터리가 사회적 사건을 다루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날의 진실을 추적하고 권력자들을 고발하는 르포,...
View Article엔하이픈 ‘Drunk-Dazed’ – 엔하이픈의 다크-하이틴-판타지
빌리프랩 제공십 대는 케이팝의 가장 가깝고 오래된 친구다. 우정의 역사는 길고 또 깊다. 케이팝이라는 미명 아래 수백 수천의 그룹이 피고 지는 아비규환의 한 가운데 흔들리지 않고 굳건했던 건 생산과 소비 한 가운데 자리한 십 대였다. 벌써 지난 세기가 되어 버린 시간, 케이팝의 조상님이 그룹명을 통해 캐치프레이즈로 들고나온 메시지가 ‘십 대들의 승리’였던 건...
View Article[이주윤의 프리랜서 24시] 5화 : 좋은 글을 쓰는 방법
문맹아고타 크리스토프 저 | 백수린 역한겨레출판추천기사[이주윤의 프리랜서 24시] 4화 : 디테일은 생명 | YES24 채널예스멋져 보이는 것과 덜 멋져 보이는 것,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늘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2021.04.05) [이주윤의 프리랜서 24시] 3화 : 긍정적인 밥 | YES24 채널예스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View Article관성에서 벗어나기
서른이 된 지금에야 자전거를 배웠다. 한강길을 따라 출퇴근을 하다 보면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이 늘 아쉬웠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봄바람을 맞으며 달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언젠가는 배워야지 하고 넘기던 게 서른이 되고 나니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아졌고, 마음을 먹었으니 곧장 따릉이 정기권을 결제해버렸다.어려서부터...
View Article성장하는 피터팬, 더보이즈 큐
더 보이즈 공식 팬키트 포스터_크래커엔터테인먼트 제공“다람쥐를 유혹하는 방법은 쉽습니다.”보이그룹 더보이즈의 멤버 선우는 평소에 다람쥐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 큐에게 커다란 도토리 모형을 내밀었다. 큐는 그가 내미는 도토리를 보자마자 달려오는 시늉을 하면서 팬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귀엽고 애교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그만 얼굴에 긴 목, 오밀조밀하게...
View Article[윤가은의 나만 좋아할 수도 있지만] 궁극의 글쓰기 장소를 찾아서
궁극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도대체 기차를 얼마나 타야 이런 놀라운 작품을 쓸 수 있는 걸까.또 시작이다. 시나리오가 안 풀린다. 자꾸 제자리만 맴도는 느낌. 너무 갑갑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나름대로 환기를 해본다. 책상을 벗어난다. 소파에서 써본다. 침대에서도 써본다. 안 풀린다. 카페에서 써보고, 공원에서...
View Article불안과 손잡고 걷기
복잡한 인생,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인가요?인간은 의문투성이다. 그 자체로 의문스러운 부분도, 의문을 품는 일도 많다. 인간이 얽히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고 변수가 쏟아진다. 다른 어떤 존재라고 안 그러겠는가 싶지만, 나도 인간 종이라 그런 문제적 존재들 중에는 그래도 인간에게 가장 많은 시간을 쏟게 되니, 나에게 이것은 인간의 일인 것이다. 아 인간...
View Article태민의 케이팝 장인 정신 : 태민 ‘Advice’
SM엔터테인먼트 제공한 가지 기술에 통달할 만큼 오랫동안 전념하고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이고자 노력하는 정신. 네 글자로 줄여 ‘장인 정신’은 인간이 개인의 삶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 가운데 가장 숭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장신 정신의 핵심은 시간과 집중이다. 특정한 기술 또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상상하기 힘든...
View Article한끼 식사에 비가 내리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건에 대하여
언스플래쉬고기 섭취를 줄이고 있다. 시작은 기후 위기 때문이었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한다거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거나, 전기 사용을 줄이는 일련의 시도를 하다가, 결국 음식쓰레기를 줄이고 고기를 덜 먹는 게 가장 지구에 도움이 될 거라는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소와 돼지를 먹일 사료를 기르기 위해 경작지를 만들고, 비료를 뿌린다....
View Article끓는 물과 타는 불의 결정, 샤이니 태민
SM엔터테인먼트 제공“누가 뭐라든 My way / 틈이 없는 My face.” 지난 5월 18일에 발매된 태민의 스페셜 앨범 <Advice>의 타이틀곡 ‘Advice’에서 태민은 이렇게 노래한다. 2008년,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후, 스물일곱 살이 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쉰 적 없이 바쁘게 달려온 사람. 그런 태민에게는 아마도...
View Article정확하지 않은 사랑의 실험
개와 함께 산다. 그게 내 정체성이 된 지는 1년 반 정도다. 이름은 초배. 배우자와 6년 가까이 살다가 나와도 함께하게 되었다. 초배라는 이름의 뜻은 이곳에서 밝히기 어렵다. 나름의 복잡한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기심을 숨기지 못하고 다가오는 이들에게만 슬쩍 얘기해 준다. 초배의 사연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벅차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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