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스에게 전하는 위로
요즘 잘 나오고 잘나가는 책들을 보면 N잡이나 파이프라인, 조기 은퇴 같은 키워드들이 많다. 이들이 수렴하는 것은 파이어족, 즉 빨리 돈을 모아서 조기 은퇴하고 젊을 때 즐기며 살겠다는 포부다. 그게 가능하다고?파이어족을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투자든 N잡이든 다양한 방법으로 성공한 저자들이 나온다. 가능하다고 하니 솔깃해 한 권 읽어보기도...
View Article완벽한 밤, 완벽한 재회 : 2NE1 코첼라 재결성
사진 출처 : 코첼라 생중계 영상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 가운데 코첼라 페스티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식 명칭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매해 4월이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 위치한 사막 한 가운데 나타나는 신비한 음악의 땅이다. 1999년 시작된 페스티벌은...
View Article2년 만에 돌아온 계절
우리 관계에는 한 가지 원죄가 있다. 선악과를 따 먹은 일만큼 인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관계에서 그 일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기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네가 수원에서 자라 수원을 연고지로 둔 KT 위즈라는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의 창단 팬이었고, 나는 너를 만난 죄로 야구라는 새로운 취미를 갖게...
View Article[보선의 안녕한 관계] 5화 : 자해하는 마음
자해를 하는 마음임민경 저아몬드추천기사[보선의 안녕한 관계] 4화 : 모험가로 살아보기 | YES24 채널예스작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집필한 듯하지만 나는 어른에게도 추천한다. 특히 동심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왜냐하면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뭇잎 한 장으로도 설레게 되기 때문이다. (2022.04.08)[보선의 안녕한 관계] 3화 : 행복을 추구할 권리...
View Article노력형 어른 되기
어린이와 손잡고 나란히 걷는 어른이 되어야지어른이 됐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누군가는 파를 먹기 시작했을 때라고 했던 것 같고, 비슷한 결로 보면, 나는 제육볶음에 들어간 비계를 골라내지 않게 되었을 때라고 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타인의 강요 없이 크게 무리하지 않고도 수용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인가.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View Article[슬릭의 창작 일기] 쏘팔메토
일러스트_한아인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었냐 하면은, 사건은 2022년 4월 2일 오전 12시 정각부터 시작되었다. 스케줄러에 '3시 레슨'이라고 적혀있었으니,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은 랩 레슨이 한 타임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마침 새 레슨생을 모집하던 시기라 정확히 어떤 분의 레슨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각각의 연락 루트를 확인해 새 레슨생분들의 시간을...
View Article[손보미의 오늘 밤도 정주행] 안도의 눈물 - 브로드처치
일러스트_김지희 나는 원래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한번 재밌게 본 것을 재탕, 삼탕. 사탕, 오탕 하는 편이다.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서,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엔간해서는 처음 보는 것인 양 변함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 걸 꺼렸기 때문이다. 익숙한 걸 지겨울 때까지 보는 게 새로운 작품을...
View Article말하는 케이팝, 실천하는 아포칼립스 : 드림캐쳐의 가사
드림캐쳐컴퍼니 제공케이팝 아이돌에게 어떤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 표명은 대부분 금기다. 이들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꼼꼼하고 미끄럽게 논란이 될만한 상황을 빠져나간다. 정치나 종교, 젠더처럼 누가 말해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는 당연히 언급해서는 안 될 1순위고, 선거 날 투표소 포토라인엔 혹시나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방지하기...
View Article발전한다는 허상
언스플래쉬3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지인들의 삶이 다양해졌다. 연락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대신 의도하지 않은 순간 예전 관계를 맞닥뜨린다. 신간 소식을 훑다가 저자 정보에서 익숙한 동창의 이름을 발견한다든지,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영양제를 홍보하는 사람이 아는 얼굴이라든지, 뉴스에서 지역 축제에 놀러 간 가족의 인터뷰를 보면서 땡땡 씨가 언제 결혼을 하고...
View Article제길, 나는 사람을 사랑해…
언스플래쉬쉼보르스카는 디킨스를 일컬어 “인류도 사랑하지만 인간도 사랑한 드문 존재”라 했다고 한다. 이 말을 기억하는 이유는 나는 오랫동안 인류는 사랑하지만 인간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아니 어떻게 인간을 사랑할 수 있나? 회사와 집을 오가는 공항철도와 9호선 지옥철에서 나는 매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잃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View Article아이돌이라는 신기루 : 갓세븐의 완전체 컴백
위너뮤직코리아 제공얼마 전 아이돌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예전이라면 어렵지 않게 대답했을 이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콘텐츠이기에 이곳에 대답을 쓰기는 어렵다. 다만 평소와 조금 다른 걸 생각하며 답했다. 10대에서 20대 사이의, 대부분 동일한 성별로 구성된, 음악만큼 퍼포먼스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강력하고 거대한 팬덤을...
View Article꿈의 서재들
언스플래쉬‘삼십 년이 지난 뒤, 연인을 만났다’로 시작하는 글을 읽었다.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되는 배수아의 에세이였고, 그것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야기는 글쓴이가 묵는 베를린 서재를 제외하고도 다른 서재 두 곳을 지닌 사람으로 흘러간다. 운명과 우연에 따라 여행가방에 책을 넣고...
View Article일요일 밤의 블랙홀
언스플래쉬돌리던 채널을 멈추게 하는 마성의 영화가 있다. 남자들에게 독보적 1위는 <타짜>겠지만 이에 못지않은 영화를 하나 더 꼽는다면 나에게는 <인터스텔라>다. 지난 일요일 밤 무심코 누르던 채널 버튼의 궤도는 <인터스텔라>에 걸려버렸고, 내 시간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에 걸린 듯 엔딩 크레디트까지 빨려 들어갔다.나에게...
View Article[슬릭의 창작 일기] 수어를 수어수어
일러스트_한아인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나의 주요 수입원은 행사였다. 페미니스트 래퍼가 된 후 각종 인권 행사의 풍악을 담당하며 내 나름의 블루 오션을 개척하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권 행사에 초대되어 메일로 각종 자료를 주고받는데 담당자분께서 공연할 곡의 가사 전문을 보내달라고 하셨다. 자막이라도 띄우려나 하는 마음에 여쭤보니 행사 당일 수어...
View Article증명하라, 무대로 : 효린의 실력과 여유
Mnet 제공효린이 잘하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2010년 막 스무 살이 되던 해 씨스타의 메인 보컬로 데뷔한 이후, 그의 이름 앞에 습관적으로 붙는 수식어는 다름 아닌 ‘실력파’였다. 외모와 인기가 전부라는, 그때도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아이돌을 향한 얄팍한 시선 속에서 효린은 단 한 번도 주저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자기 말을 빌자면 ‘기죽지...
View Article[손보미의 오늘 밤도 정주행] 무서운 삶 - 사인필드
일러스트_김지희때때로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 ‘<사인필드>를 처음 본 건’이라고 쓰고 난 후 정확한 연도를 찾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졌지만, 한국에서 방영한 시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이 시트콤을 한국에서 방영한 방송국은 EBS였다(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 기억은 그렇다). 나는 EBS에서 방영한 또 다른,...
View Article감정 연습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정도는 모두 다르다고들 한다. 같은 사건을 겪고도 잠깐의 고통 뒤 빠르게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혹은 몇 년 동안 지속되는 고통에 일상을 잃어버리는 이도 있다. 선생님은 내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강도가 크고 그에 비해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강도는 낮은 편이기 때문에, 너무 깊은...
View Article[보선의 안녕한 관계] 6화 : 인생은 단편집
틴틴팅클!난 글그림중앙북스(books)틴틴팅클! 2난 글그림중앙북스(books)추천기사[보선의 안녕한 관계] 5화 : 자해하는 마음 | YES24 채널예스『자해를 하는 마음』은 여러 자료를 토대로 자해를 다각도로 살피며, 자해에 관한 오해가 이해로 가 닿도록 하기 위해 아주 조심스러운 언어로 풀어낸다. (2022.05.02)[보선의 안녕한 관계] 4화 :...
View Article책이 지긋지긋할 때
책은 짐 덩어리가 되기도 한다책이 지긋지긋했다. (책들아 눈 감고 귀 막아) 어떻게 책이 지긋할 수가 있지, 그것도 책 권하는 사람이. 아마도 책을 무척 사랑할 여러분은 이해 못할 일일 수도 있겠다. 의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책을 다른 말로 바꿔보자. 책은 검토해야 할 서류, 풀어야 할 문제집이다. 개학을 앞두고 펼쳐 든 빈 일기장이고...
View Article버추얼 아이돌이 케이팝의 미래일까?
SM엔터테인먼트 제공‘대면’과 ‘비대면’이라는 단어가 매일 아침 밥상에 놓인 수저처럼 익숙해진 2년 반이었다. 뭐가 되었든 아무튼 '비대면', '인공 지능', '메타버스', '버추얼'만 앞에 붙이면 말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트렌드에 목숨을 거는 케이팝도 당연히 이 광풍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버추얼 아이돌이라고 하기엔 좀 머쓱하지만, 버추얼 개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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