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담의 추천사] 보철여인의 키스
이제 누가 나한테 키스해 주지? 그것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는 한 주를 보냈다. 치아 교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른 넘어 교정을 마음 먹는 일이 얼마나 고민스러웠는지를 길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날 내가 찍힌 사진을 보다가 변해버린 입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정도의 상투적인 얘기니까. 반면 누구에게도 키스 받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또는 누군가 내게...
View Article[윤아랑 칼럼] 만화 전시는 곤란하다 - 〈Read Game Book: 게임북을 읽어라〉
<리드 게임 북: 게임 북을 읽어라> 포스터지난 6월 1일 부산에 다녀왔다. 중구의 전시공간 오픈 스페이스 배에서 열리는 전시 <Read Game Book: 게임북을 읽어라>(이하 <RGB>)를 관람하기 위해, 또 전시의 연계행사인 집담회 <만화, 전시라는 매체로 무엇을 하나>에 패널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
View Article떠나보자! 아트호캉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177프린트베이커리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 《카우스 소장전(23.03.29. – 06.07.)》 전시 전경, 사진 출처: 워커필1963년 창립해 60주년을 맞이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 비스타 워커힐 서울, 더글라스 하우스, 다락휴 캡슐호텔(인천, 여수)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이 함께 하고...
View Article[이슬기의 시절 리뷰] 마지막 유리천장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이슬기 기자의 콘텐츠 리뷰.격주 목요일 연재됩니다.영화 <셜리 치점> 포스터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마초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멕시코에서의 여성 대통령 당선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좌파 집권당인 국가재생운동(MORENA) 소속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승리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성 대통령 탄생은 나...
View Article[이연숙의 노상 비평]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이연숙(리타) 평론가가 길에서 만난,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격주 금요일 연재.장례식장 옥상에 있던 경고문. 기대했지만, 쥐는 보지 못했다. (2024년 5월 21일 촬영)아마도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글을 읽고 싶어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시작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View Article[김지승 칼럼] 엄마를 어떻게 하지?
김지승 작가가 읽고 쓰기 위한 여성의 질문들을 던집니다.격주 화요일 연재.unsplash새벽 2시 45분 엄마의 전화.있잖아. 내가… 내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한다. 그럴 수 있지. 바다 해, 곧을 정. 해정 씨. 바다에서 곧게 사느라 외로운 해정 씨, 이제 기억나십니까?그래. 미안하다.괜히 전화해서, 잠을 깨워서, 자신이 영 못...
View Article[김지승 칼럼] 미치고 펄쩍 뛰기의 언어로 쓸 수 있을까?
김지승 작가가 읽고 쓰기 위한 여성의 질문들을 던집니다.격주 화요일 연재.unsplash분노는 너무 참한 말이다. 80대 여성노인이 햇무 한쪽과 함께 콕 집어 알려준 바로는 그렇다. 그만큼 살아도 자기만 학교에 보내지 않은 엄마 이야기를 할 때는 눈꼬리가 새초롬해진다. 나만 새 신발을 사주지 않았고, 나만 친척 집에 보냈고, 나만 때렸고, 내 결혼만 전혀...
View Article[안담의 추천사] 쇠질할 때 듣는 플리
저거 들 수 있을까? 헬스장에 새로 등록한 지 2개월 정도가 지나면 질량을 지닌 존재를 대하는 관점 하나가 추가된다. 걸어가면서 무슨 사물을 볼 때마다 저거 내가 들면 들릴까 가늠해 보곤 하는 것이다. 현재 내 다리 근육으로는 최대 50kg의 쇠봉과 원판을 어깨에 지고 두어 번을 앉았다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까 저기 버려진 TV나 의자는 가뿐히 클리어....
View Article한국에 상륙한 해외 갤러리 #3
YES24의 새로운 아트 커뮤니티 ARTiPIO가 들려주는 ART STORY.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아티피오 사이트 바로가기리만머핀 서울 ‘리만머핀 서울’ 갤러리 전경. 사진 제공: 리만머핀 서울뉴욕을 기점으로 홍콩, 서울, 런던까지 총 4곳에서 운영 중에 있는 리만머핀(Lehmann Maupin)은 1996년 설립되어 28년째 전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View Article[윤아랑 칼럼] 헨리 제임스에게 향하는 길 - 『보스턴 사람들』 (上)
헨리 제임스(1843~1916)기쁨과 당황을 함께 머금은 채 물어본다. 왜 헨리 제임스인가? 2024년의 남한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 갑자기 헨리 제임스의 책들이 가득해졌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나온 책들만 셈해도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사자의 죽음』, 『황금잔』 1·2, 『보스턴 사람들』등 4종이고, ― 이 책들은 모두 국내 초역이다 ― 곧...
View Article[이연숙의 노상비평] ‘토요코 키즈’와 세이브마트 노인들과 비둘기들
이연숙(리타) 평론가가 길에서 만난,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격주 금요일 연재.세이브마트 주변에서 비둘기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2023년 8월 23일) 사진_이연숙유튜브 채널 중에서 “안협소”를 즐겨본다. 약 4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 채널은 본래 도심 자투리땅을 이용해 지은 건축물을...
View Article한국에 상륙한 해외 갤러리 #4
YES24의 새로운 아트 커뮤니티 ARTiPIO가 들려주는 ART STORY.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아티피오 인스타그램 팔로우페이스 갤러리 서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7 페이스 갤러리 서울 외관 전경. View of Osulloc Tea House x PACE Gallery Seoul © Courtesy Pace Gallery Seoul 페이스...
View Article[이슬기의 시절 리뷰] 그 소녀의 생존 전략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이슬기 기자의 콘텐츠 리뷰.격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원영적 사고’가 인기다. 반 컵의 물을 보고도 ‘다 먹기에는 너무 많고, 덜 먹기에는 너무 적고, 그래서 딱 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비키(영어단어 ‘럭키’와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가 조합된 단어)잖아!’라고 할 것 같다는(‘X’의 한 유저 피셜) 초긍정주의 사고...
View Article[김지승 칼럼] 나는 왜 나를 방해하는가? ①
김지승 작가가 읽고 쓰기 위한 여성의 질문들을 던집니다.격주 화요일 연재.unsplash어느 저녁, 로드멜 마을의 몽크스 하우스 거실에 모처럼 불이 켜졌다. 방문객 대여섯이 창을 등지고 선 레너드 울프와 마주보고 앉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생전에 가깝게 지냈던 동료들이기도 했던 그들은 늘 그렇듯 특별한 목적 없이 이곳을 찾았지만 어쩐지 그날은 버지니아 울프의...
View Article[안담의 추천사] 52년간의 영업을 종료합니다
목욕에 관해서라면 좋은 느낌밖에 없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면 빡빡했던 뉴런들 사이의 체결마저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고, 말랑해진 머리에서는 몸을 씻다가 일어난 좋은 일들의 기억이 역사적 순서와 상관없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여행지의 한 오래된 목욕탕에서 나만큼이나 허벅지가 굵은 여자애와 몸을 속속들이 비교해보다가 깊은 친구가 되었던 일, 야무지고 매운 손을...
View Article[윤아랑 칼럼] 헨리 제임스에게 향하는 길 - 『보스턴 사람들』 (下)
… (이어서) 두 번째 길은 매력에 대한 탐구로서 읽는 방법이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에세이 선집 『타오르는 질문들』에서 이렇게 쓴 바 있다. “의상을 뺀 헨리 제임스, 특히 연보라색 장갑의 여성들이 없는 헨리 제임스는 상상할 수 없다.”(409쪽) 확실히 여성 캐릭터들의 패션에 대한 헨리 제임스의 관심은 유별나서, 『보스턴 사람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View Article[이슬기의 시절 리뷰] 여자를 구하는 여자들
세상의 행간을 읽는 이슬기 기자의 콘텐츠 리뷰.격주 목요일 연재됩니다.BBC NEWS 코리아 유튜브 캡처눈물이 났다. “기자님, 저 하라예요”를 듣는 순간. 그가 제발 영상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며 한 남성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본 순간. F.T 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을 구슬려 ‘경찰총장’이라 불리던 이의 정체를 말하게 하는 순간.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View Article떠나보자! 아트호캉스 #파라다이스시티
YES24의 새로운 아트 커뮤니티 ARTiPIO가 들려주는 ART STORY.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아티피오 인스타그램 팔로우사계절 언제든 쉬고 싶을 때, 무언가 특색 있는 휴가를 보내고 싶을 땐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호캉스와 함께 하는 아트 나들이! 전국 곳곳의 호텔들이 예술 콘텐츠와 손을 잡고 나섰죠. 이제 더 이상 미술관, 갤러리에서만 작품 감상을...
View Article[이연숙의 노상비평] 눈물 콧물 산책
이연숙(리타) 평론가가 길에서 만난,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격주 금요일 연재.신림역 근처 식당가의 모습. (2022년 7월 3일 촬영)길 위를 걷는 일은 흔히 ‘산책’이라 불린다. 하지만 어딘가 유유자적한 어감의 ‘산책’은 신림동에 어울리지 않는다.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을 지은 김윤영의...
View Article[김지승 칼럼] 나는 왜 나를 방해하는가? ②
김지승 작가가 읽고 쓰기 위한 여성의 질문들을 던집니다.격주 화요일 연재.unsplash매일매일 혼자 돌자, 침묵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도 좀체 전해지지 않는 말들의 묘지인 몸 끝에서 끝까지 바람이 분다. 혈관이 오소소 떤다, 전율한다, 말이 태어난다. 멈출 수 없는 죽음이다. 사랑이다. 그 사랑이 먼 곳까지 헤엄쳐 쓸 것이다. 취약함을 무릅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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